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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한지 4개월이 지났다. 우울증에 걸릴 것 같아

by Adorabbit 2023. 11. 25.

무더운 여름 복직을 하고 정신없이 한두 달을 보냈다. 짧아진 가을, 추워지기 전에 많이 다녀야지 앞뒤 안보고 주말이면 아이들 데리고 다니다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오늘은 토요일. 보통 집안꼴 상관없이 애들 데리고 일단 어디든 외출하고 보는 나였지만, 어젯밤부터 너무 심난하고 갑갑해서 미치겠는 것이었다. 

나의 복직과 맞물려 남편도 가게 하나를 새로 오픈했고, 육아에 도움은 커녕 주말부부 수준으로 얼굴 보기도 힘들게 되었다. 

보통 복직을 고민할 때는 하원 시간에 맞춰 퇴근할 수 있느냐가 큰 관건이다. 휴직 때보다 하원 시간이 늦어지긴 했지만, 두 아이를 같은 원에 보내기 때문에 같이 연장반에 남아있어서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복직한 부서에서 새로 맡게된 직무도 나쁘지 않았다. 배우는 게 있는 것도 같았다. 부서 사람들도 괜찮았다.

하지만 내 시간이 없는 것. 그것이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복직한지 4개월. 내 삶은 증발했다. 애들 재울 때 쓰러져서 남편 얼굴도 못보고 잠들고, 도저히 잠을 줄여 뭔가 할 의욕도 없다.

지난주 학부모참여수업에 갔다가 오랜만에 엄마들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셋째 이야기가 나왔다. 생각이 아예 없던 건 아니지만 그 어느것도 생각할 여유가 없이 지내오다가 '셋째'와 함께 다시 휴직을 하면 어떨까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게 주말동안 휴직에 대한 행복한 상상을 하다가 더 바쁜 한주를 보냈다. 

오늘 아침 일어나 빨래지옥, 엉터리인 집안꼴, 보기도 싫은 설거지를 바라보며 잠시 꿈꾸었던 셋째 생각은 아예 폴더를 지워버렸다. 지금도 빨래지옥인데 여기에서 더 늘어나는 빨래, 밥 먹으라고 목욕하자고 잔소리 해야할 아이가 하나 더 생긴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안되겠는 것이었다.

그런데 너무 우울했다. 남편도 나도 바빠지면서 소통할 시간이 없어진 것도 컸다. 주말부부인지 롱디인지도 모르겠지만 남편도 남편대로 숨막히게 일하고 있어서 내색하기 미안했다. 그렇게 소통이 없으니 생각이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이 사람의 미래에 내가 있는가. 남편의 꿈을 존중하고 남편이라도 하고 싶은 일 하기를 바래서 놔두지만, 앞으로 더 바빠지면 바빠졌지 우리가 함께할 미래가 있는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게 되었다.

지금까지 아이 키우기에 공무원 만한 직장이 없다는 이유로 아직 버티고 복직도 했지만, 퇴근 후에도 내 삶이 없다면 근무 시간에라도 최소한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 딱 한 가지. 영어는 해야한다는 것. 그래서 해외 국제학교에 최소한 1~2년이라도 다녀오려고 계획하고 있다. 이번 복직의 목표도 그 시간을 위해 월급의 절반을 저축하는 것이었다. 

취준생 이후로 채용공고를 처음 열어보았다. 평택 미군부대 안에서 회화 쓰면서 일하는 알바도 있었고, 최소한 여러 국제학교에 대한 정보라도 얻을 수 있는 유학원 일자리에도 관심이 갔다. 방학 영어캠프에서도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쪼금만 실력을 쌓아서 아예 해외에 있는 국제학교 선생님으로 취업하고 싶기도 하고, 

나는 너무 해외에 나가고 싶다.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놀듯이 청소년 시기도 보냈으면 한다. 하지만 남편에게 맞추면 그런 미래는 없다. 그래서 혼자 애들 데리고 나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목표를 원동력으로 복직 시기를 버티고자 했는데, 4개월만에 현타가 왔다.

하루를 좀비처럼 보내고 (애들 낮잠도 안잠.) 이런 저런 글을 살펴보다가 그저 할 수 있는 블로그를 다시 열게 되었다. 이렇게 하소연하고 기록하는 것으로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아지기를 바라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바라면서.